작가 정보
정세랑 작가는 대한민국의 과학 소설 작가입니다. 그녀는 1984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학교의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후 민음사와 문학 동네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장르 문학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그녀는 이어 2017년에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에는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난다",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등이 있으며 이 중 보건교사 안은영은 OTT,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기도 하였습니다.
정세랑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원고를 마감할 때 친구가 있다고 알렸는데, 그녀는 마감이 잘 안되면 재봉틀로 이것저것 만들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던 중 한 인형을 만들게 되었으며 주로 옷이나 쿠션을 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잘하지는 않고 그저 좋아하는 수준의 재봉 실력을 가진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에 원고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우주를 넘나드는 작가의 상상력은 SF(과학소설), 판타지를 비롯한 장르문학에 그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2010년 1월, 장르문학 전문잡지 <판타스틱>에 발표한 "드림, 드림, 드림"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장르문학과 문단문학을 넘나들며 중·장편소설 7권과 단편소설집 2권을 포함한 모두 9권의 책(단편소설 단행본과 공저 제외)을 출간하였습니다. 처음 소설을 쓸 때까지만 하더라도 독자의 성비는 비슷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 독자의 비중이 늘었습니다. 올해 6월 출간한 장편인 "시선으로부터"의 경우에는 출판사가 파악한 독자의 성별이 80% 이상 여성이었습니다. 20~40대 여성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 책은 세상에 나온 지 두 달 만에 5만여 부를 찍었습니다. SF단편집인 "목소리를 드릴게요" 역시 장르소설집으로는 이례적으로 2만 부(2020년 6월 말 기준)가 판매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던 정세랑 작가의 목표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
지구에서 한아뿐은 의상디자인과 출신으로 리폼 가게를 운영하는 한아와 갑자기 다정해진 그녀의 남자친구 경민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한아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희귀한 옷감이나 빈티지 레이스, 단추나 브로치 등의 소품을 구하기 위하여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을 다녀옵니다. 그 이후 홍대의 중심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 있는 '환생'이라는 가게를 차립니다. 환생은 열두 평 남짓의 작은 옷수선 가게로, 이제 더 이상 쓰지 않거나 입지 않는 옷을 새로운 소품과 옷으로 리폼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는 친환경 옷수선 가게입니다. 그 곳에서 친구 유리와 열정적으로 일하던 한아는 어느 날 남자친구인 경민에게서 조금 충격적인 말을 듣습니다. 바로 경민이 한아를 두고 유성우를 보러 해외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아는 자신을 두고 떠나는 경민에게 서운함을 느꼈지만 자신 없이 홀로 일할 유리를 생각하여 가게에 남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행에서 돌아온 경민을 보러 공항까지 마중 나간 한아는 왜인지 경민이 전과는 다르다고 느낍니다. 그런 이상한 느낌이 반복되자, 한아는 경민에게 자신들의 관계에 시간을 가지자고 말합니다. 한아가 술을 먹고 집에 가던 어느 날, 경민이 걱정되어 한아를 데리러 나왔고, 취객이 한아의 뒤를 따르는 그 순간, 경민의 눈에서 초록색의 빛이 발사됩니다. 한아는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이후 경민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의 경민이 과거의 경민과 다름을 알게 됩니다. 지금의 경민은 지구와는 다른 한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찰하던 중 한아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고, 지구의 경민과의 어떠한 거래를 통해 경민의 신분을 빌려 지구에 살게 된 것입니다. 한아는 왜인지 억울한 기분이 느껴졌지만 다정해진 경민이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고,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한아는 외계인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입양합니다. 어쩌면 인간보다 섬세하고 다정한 외계인 남편은 한아를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그녀와 자신의 아이를 세심하게 보살폈습니다. 아이가 5살이 된 어느해에, 한아의 부모님 집에 맡긴 그들의 아이를 데리러 부모님 집으로 향하던 두 사람(한아와 외계인 경민)은 가로등 밑에서 상한 목소리로 한아를 부르는 어떤 남자를 발견합니다. 그는 한때 지구에 살며 한아와 연애하던 인간 경민이었습니다. 우주여행을 마치고 상한 몸으로 돌아온 그는 한아를 불렀습니다. "한아야."
인간 경민의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외계인 경민은 원래의 경민이 오로지 한아와 둘이서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한아는 인간 경민과 함께 지내며 그의 마지막까지 간호합니다. 인간 경민은 한아에게 우주를 다 돌고 나니 한 순간 네(한아)가 날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 사실을 깨닫고 슬퍼져서 돌아오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인간 경민의 죽음이후 다시 돌아온 외계인 경민과, 아들 세곤과 함께 한아는 여생을 살게 됩니다.
개인적인 생각 및 감상
제대로 된 사랑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은 저에게는 이 책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넓은 우주 속에서 지구와는 다른 행성에서 나를 발견하고, 관찰하고, 나의 옆에 있고 싶다는 목적 하나로 2만 광년을 날아온 외계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비현실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빚을 지면서도 지구에 온 외계인 경민의 사랑도, 여자친구를 두고서 우주여행을 떠났지만 그 넓은 우주를 다 여행하고서 한아의 존재를 다시 느낀 인간 경민의 사랑도, 티격태격하지만 언제나 한의 편이 되어주는 친구이자 동업자인 유리의 사랑까지 한아를 둘러싼 그녀의 주변인들의 사랑이 저에게 이 책은 비현실적이라고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다정해진 남자친구 경민을 낯설어 하면서도 그렇게 변한 경민을 좋아했던 한아는 어쩌면 그의 다정함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아가 그녀의 아이를 입양하게 되고, 그 아이를 키우게 되었을 때 아이의 성격과 재능을 세심하게 파악하는 한아의 외계인 경민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죽게 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과 관심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게 될 아이는 세상에 분명히 받은 사랑 이상의 사랑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희망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인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사랑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적어도 그들 자신에게는 특별한 최고의 무엇일 것임을 책을 읽으며 느꼈습니다. 저 또한 그러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들을 경험하고, 쌓아온 제 삶의 끝에는 오로지 사랑만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 또한 그런 삶을 살기를 응원하고 바라겠습니다.